● 인 타임 리뷰 – 시간이 곧 생명, 부의 진짜 얼굴을 묻다
# 줄거리 요약
미래 사회에서 인류는 25세가 되면 노화가 멈추고, 모든 삶의 남은 시간은 팔에 디지털 카운터로 표시된다. 통화 단위는 돈이 아닌 '시간'이며, 커피 한 잔도 4분, 버스 탑승은 1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시간은 노동으로 벌 수 있지만, 모두가 똑같이 시작하지 않는다.
빈민가 ‘데이튼’에 사는 주인공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하루하루를 벌어 사는 청년이다. 어느 날 100년의 시간을 가진 부자 헨리 해밀턴이 자살을 선택하며, 그 시간을 윌에게 넘기고 죽는다. 하지만 부를 통제하려는 체제는 이 사건을 살인으로 몰아 윌을 쫓기 시작한다.
윌은 시간 상류층이 사는 ‘뉴 그리니치’에 잠입하고, 재벌 필립 와이즈의 딸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인질로 삼지만, 두 사람은 곧 함께 체제에 맞서는 동료이자 연인이 된다. 은행을 털고, 시간 배급소를 공격하며, 윌과 실비아는 시간 독점에 기반한 부의 불평등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싸운다.
# 1. 시나리오 – 강렬한 세계관, 아쉬운 전개
《인 타임》의 가장 큰 강점은 설정 자체의 신선함이다. 돈 대신 시간이 생명의 기준이라는 설정은 영화적 상상력뿐 아니라, 자본주의와 생명권의 철학적 고민까지 끌어온다. ‘가난한 사람은 죽지 않기 위해 일하고, 부자는 영원히 산다’는 이 구조는 실질적인 경제 불평등에 대한 은유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 모든 계급과 행동, 가치가 ‘시간’으로 치환된다는 것이다. 거리는 이동마다 통행료가 다르고, 계층마다 시간의 양이 다르며, 심지어 ‘범죄와 처벌’도 시간 단위로 계산된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사회적 메시지를 압축해 보여주는 강력한 장치다.
하지만 이 뛰어난 설정에 비해 스토리 전개는 다소 단순하고, 감정선이 얕다. 초반의 긴장감 있는 탈주극은 인상적이지만, 중반부터는 다소 반복적이고 클리셰적인 전개로 흘러간다. 반체제의 의미가 추상적이며, 결말 역시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열린 상태로 마무리된다.
# 2. 연출 – 미니멀한 디스토피아, 스타일로 설득
감독 앤드류 니콜은 《가타카》에 이어 또 한 번 미래 디스토피아를 미니멀하게 그려낸다. 《인 타임》의 배경은 고도로 발달한 기술 사회이지만, CG나 화려한 특수효과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적인 공간(고속도로, 폐건물, 은행, 거리 등)을 활용해 오히려 익숙한 풍경 속 낯선 체계를 구성한다.
시간 계급에 따라 의상, 건물, 거리의 질감이 달라지고, 인물들의 태도와 언어도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런 연출은 자극적인 미래 기술보다 사회 구조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또한 영화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은 ‘시간이 줄어드는 시계’에서 온다. 주인공들의 팔에 달린 디지털 카운트다운은 끊임없는 위기감을 조성하며, 감정적 몰입도를 높인다. 이 작은 장치 하나가 영화를 끌고 가는 가장 강력한 미장센이다.
다만 액션 연출은 평이하며, 몇몇 장면은 스타일보다 메시지를 우선하다 보니 극적인 감정 폭발이 다소 부족한 인상도 준다.
# 3. 캐릭터 – 혁명가와 상속녀, 체제를 흔들다
윌 살라스는 전형적인 반체제적 영웅이자, ‘가진 것 없는 자의 분노’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선하거나 정의롭기보다는 절박함과 상실에서 행동한다. 어머니를 눈앞에서 잃고, 부조리한 체제에 저항하면서 변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실비아는 초반엔 부유한 상류층 인물이지만, 윌과의 도주 과정을 통해 점차 현실을 체험하고 각성한다. 그녀는 ‘세상에 대해 몰랐던 자’에서 ‘함께 싸우는 자’로 변화하며, 체제에 맞서는 내부자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캐릭터는 시간 경찰 ‘타임키퍼’ 레이먼드(킬리언 머피)다. 그는 윌을 쫓는 인물이지만,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오히려 체제의 논리를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정의 구현을 개인적 신념으로 수행하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는 끝까지 원칙을 지키지만, 역설적으로 그 원칙이 부당함을 드러낸다.
# 결론 – 시간 자본주의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인 타임》은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액션도, 감정도, 스토리의 깊이도 일정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강하다. “당신의 시간은 공정한가?” “왜 어떤 사람은 100년을 갖고, 어떤 사람은 24시간도 없다 말아야 하나?”
돈보다 더 절박한 ‘시간’을 자본화한 이 사회에서, 인물들은 목숨을 걸고 질문을 던진다. 이는 결국 현대 자본주의, 빈부 격차, 생존권, 자유의 본질에 대한 메타포다. 《인 타임》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며, 단순한 SF 영화 그 이상으로 평가받을 자격이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