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The Handmaiden)는 박찬욱 감독이 2016년 발표한 영화로,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옮겨 독창적으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동성 간의 욕망, 계급의 역전, 지배와 종속, 인간의 이중성 등 다양한 주제를 섬세하고 대담하게 다루며,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 주요 배우들의 연기와 박찬욱 특유의 미장센이 결합돼 시각적 아름다움과 서사적 긴장을 동시에 품은 수작입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인물들의 이중성, 여성 간 욕망의 재해석, 그리고 계급적 배경과 연출 방식을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김민희와 김태리: 여성 욕망의 주체로서의 존재감
김민희는 극 중 ‘히데코’라는 이름의 귀족 아가씨를, 김태리는 그녀의 하녀 ‘숙희’를 연기합니다. 이 관계는 처음에는 주인과 하녀, 즉 지배와 종속의 구조로 시작되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이 관계는 전복되고 재구성되며, 결국 여성 간의 연대와 해방으로 귀결됩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과정에서 두 여성의 ‘욕망’을 남성 시선이 아닌 여성의 시선과 감정 중심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두 인물 간의 감정선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복합적인 층위를 가집니다. 처음엔 속임수로 시작된 관계가 진실한 애정으로 발전하며, 관객은 혼란과 공감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김민희는 억눌린 욕망과 두려움, 해방의 기쁨을 고요하지만 강렬하게 표현하고, 김태리는 하층민의 생존 전략 속에서도 진심과 반항을 섬세하게 오갑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관계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 욕망의 주체성을 강조함으로써,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았던 ‘여성 주도 서사’를 완성합니다. 이는 단지 동성애적 소재의 소비를 넘어, 여성 서사의 전환점이라 평가받기에 충분합니다.
하정우와 조진웅: 위선과 계략, 남성 권력의 허상
이 영화의 남성 캐릭터들인 하정우(후지와라)와 조진웅(코우즈키)은 ‘사기꾼’과 ‘왜곡된 교양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하정우는 돈을 노리고 히데코를 꾀어내려는 사기극의 설계자이며, 조진웅은 야한 문학을 통해 자신을 지성인처럼 포장하는 인물입니다. 이들의 계략은 일시적으로 여성 인물들을 조종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엔 자멸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남성들을 우스꽝스럽고 위선적인 존재로 묘사합니다. 이들은 고상한 척하지만 본질은 권력욕, 성적 지배욕, 허영에 불과합니다. 하정우가 자신을 예술 애호가로 포장하거나, 조진웅이 금서 수집을 하며 문학과 고문을 병치하는 방식은 모두 ‘지배를 위한 위선’을 극대화한 설정입니다. 이처럼 영화는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대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남성 권력이 얼마나 허약하고 조작적일 수 있는가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허상을 두 여성 인물의 연대와 계획이 완전히 무너뜨리는 구조는, 영화의 핵심 카타르시스를 형성합니다.
계급구조와 시각미학, 박찬욱의 연출력 총집결
아가씨의 시각적 구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입니다. 일본식 저택 내부의 대칭적 구조, 장식적 공간 배치, 컬러 대비는 영화의 주제인 지배와 종속, 감정과 억압을 시각화합니다. 또한 세 장(章)으로 나뉜 영화 구조는 관객에게 시간과 시점을 전복시키며, 각 인물의 감정과 진실에 점진적으로 접근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디테일에 집착합니다. 종, 종이 인형, 턴테이블, 자물쇠 등의 오브제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닌, 감정과 억압, 해방의 메타포로 기능합니다. 특히 ‘읽는 소리’ 장면은 영화 내내 히데코의 심리와 억압을 응축하는 장면으로, 연출과 연기가 완벽하게 결합된 대표 시퀀스입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일본어, 한국어, 일제강점기라는 다층적 언어와 역사 구조를 배경으로 삼아, 문화적 계급과 식민 권력의 문제까지 녹여냅니다. 이로써 영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나 스릴러가 아닌, 한국 근현대사의 은유적 압축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다층적 구조를 갖습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아가씨는 욕망과 권력, 계급과 해방, 감정과 연대가 교차하는 작품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시각미와 내러티브, 메시지를 모두 조율하며 한국 영화의 서사적 진화를 입증했습니다. 김민희와 김태리의 연기는 억압과 자유를 모두 품은 감정의 정수를 보여주며, 남성 중심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여성 서사를 제시합니다.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고 아름답고, 동시에 도발적인 걸작입니다. 다음 리뷰에서는 헤어질 결심을 통해 박찬욱 감독의 가장 서정적인 멜로 미스터리 세계를 살펴보겠습니다. 계속 시리즈와 함께해주세요.